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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oetheweb.jp/person/article/20221026-ayano-kurigami

 

아야노 고 거물 사진가와 벌인 결투끝에 간신히 도달한 장소

 

 

사진가 쿠리가미 카즈미가 배우 아야노 고를 촬영한, 560페이지에 이르는 초상작품집 Portrait. 매월 한 번, 같은 스튜디오, 같은 위치에서 20218개월 동안 그 촬영은 이루어졌다. 제작을 통해 충돌한 표현자의 혼의 행방은.

 

 

변화하는 그 사람을 촬영한다는 도전

 

이것은 남자와 남자의 결투였습니다.”

 

사진가 쿠리가미 카즈미는 사진 프린트를 앞에 두고 그렇게 말하며 아야노 고의 얼굴을 보았다. 아야노도 고개를 끄덕인다.

 

쿠리가미 카즈미와 함께 작품집을 만들고 싶다는 아야노의 부탁에 응하여 20215월부터 촬영 개시. 한 달에 한 번 쿠리가미의 스튜디오에 아야노를 불러서 매번 같은 위치에서 말도 별로 나누지 않고 촬영에 몰두하기를 거듭했다.

 

어제, 오늘, 내일. 사람은 매일 다릅니다. 게다가 배우 아야노 고는 배역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렇기에 체격도, 표정도 벌써 멋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변화해요. 시간을 들여서 그 변화를 찍어 보고 싶었습니다.” (쿠리가미)

 

오로지 셔터 소리만 스튜디오에 울리는, 긴장감 어린 그 모습은 밖에서 봐도 역시 전투 같았다.

 

한편 쿠리가미 씨 앞에 서면 안심하는 날도 있었어요. 완전히 새로운 그때의 자신을 데리고 가서 보여 줍니다. 그걸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쿠리가미 씨. 그 반복이지요.” (아야노)

 

 

쿠리가미 아야노 씨의 변화를 촬영하며 나 자신도 변화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쿠리가미는 촬영 때마다 아야노의 변화를 느꼈다고 한다.

 

촬영 세션에서 몰아치면, 지금 그는 행복한 시기로구나, 지금은 행복하지 않은 시기로구나, 하는 게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고르고 있으면 이번 달의 아야노 씨는 조금 다르군, 지난달이 더 좋았어, 라고 생각할 때도 있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 분명히 제 감정도 찍혀 있기 때문이고요. 사진을 고를 때에는 평온한 상태로 있으려고 하지만, 그런데도 제 감각도 날에 따라 다르지요. 아야노 씨의 변화를 촬영하며 저 자신도 변화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겁니다.” (쿠리가미)

 

한 장, 아야노의 눈에 눈물이 고인 사진이 있다. 쿠리가미는 이 촬영을 할 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은 아야노 자신의 눈물일 터이다.

 

이때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눈물을 흘렸다는 말로 해 버리면 이유라는 윤곽이 정해지지만, 쿠리가미 씨와 한 촬영에서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매번 뭔가 생겨나는 건 당연한 일이라서 만일 눈물을 흘렸다 해도 그건 특별한 일이 아니에요. 그러니 기억나지 않겠지요. 그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받아들인 분들이 어떻게 느껴 주실지 그뿐이니까요.” (아야노)

 

어느 날의 촬영에서는 스튜디오에 도착한 아야노가 코트도 마스크도 벗지 않고 여기 온 차림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섰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촬영 개시. 몇 장 찍었을 즈음에야 두 사람은 포옹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의 사진이 표지에 선정되었다. 디자인은 산토리 우롱차 등의 아트디렉터로 오랫동안 일해 온, 일본을 대표하는 아트디렉터 카사이 카오루가 했다.

 

 

아야노 표현은 더하는 것도 빼는 것도 아니다. 품위와 동요야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작업에서 쿠리가미 씨와 카사이 씨에게 인간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까지 일과 생활에서는 뭔가를 더할지 뺄지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품위가 있는지, 동요가 있는지야말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표지 사진은 크게 사용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건 따로 뭔가를 삭제한 게 아닌, 쿠리가미 씨와 카사이 씨의 동요입니다. 저는 마흔 살이 될 때 그 사실을 배웠고, 곧바로 획득하지는 못해도 일생 제 몸 안에 장기처럼 남는 것이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아야노)

 

동요를 표현하기 위해 아야노는 작품집의 종이 질에도 무척 신경을 썼다.

 

일부러 세월이 지나며 질이 저하되는 것, 감촉이 좋은 유연하고 거슬거슬한 종이를 골랐어요. 빛을 반사하는 작품이 아니라 흡수하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신문지나 만화 잡지에 가까운 종이로 했습니다.” (아야노)

 

쿠리가미도 제작할 때를 회상하며 웃음 지었다.

 

우리 사무소 책장에 있는 작품집과 자료를 보고 이런 게 좋다고 했지요. 출판사 사람도 옆에서 그 종이는 너무 비싸요!’ 하고 얘기를 나누면서요(웃음).” (쿠리가미)

 

본래 얇은 매트지는 잉크를 지나치게 흡수하기 때문에 사진을 인쇄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 아야노의 고집을 쿠리가미도 쾌히 받아들였다.

 

사진 안에는 시대나 시간 그런 건 찍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완성된 이 작품집은 소유자와 함께 나이를 먹어 가죠. 도착했을 때 모서리가 접혀 있거나 찌그러졌을지도 몰라요. 둥글게 말아서 잡아도 상관없고요. 어쨌든 도착하면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야노)

 

 

쿠리가미 어디까지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을지 마치 여행 같았다.”

 

예술가 중 많은 이가 사진계의 전설 쿠리가미 카즈미의 렌즈 앞에 서고 싶다고 언제나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쿠리가미는 셔터를 누를 때 늘 생각하는 게 있다고 한다.

 

사랑스러움 같은 게 찍히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다든가 싫다든가 그런 게 아니라 어쩐지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카메라 안에 들어오는 듯한. 그것이 찾아오면 대성공이지요.” (쿠리가미)

 

이번 작품의 촬영에서도 그 순간은 여러 번 찾아왔다.

 

마치 여행을 하는 것 같았어요. 어디까지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을지 그게 세션의 묘미. 아야노 씨가 이쪽에 반응하여 맞서 오고, 그리고 스파크가 튀고 둘이서 먼 곳으로 날아가죠. 촬영 시간 자체는 짧지만, 멀리 갈 수 있는 날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좋은 여행이었습니다하고 촬영을 끝내요. 그러기에 이 작품집은 여행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죠.” (쿠리가미)

 

그리고 그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아야노는 말한다.

 

한 달에 한 번, 쿠리가미 씨는 꼭 제 가슴속에 존재했습니다. 그런 시간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요. 제 인생에 틀림없이 쿠리가미 씨는 개입했고, 저도 쿠리가미 씨의 인생에 개입했습니다. 앞으로는 작품집을 만든다, 라는 이유는 없어지지만 좀 더 자유롭게 여행을 계속하면 좋겠어요.” (아야노)

 

쿠리가미가 말한 결투후에 사진가와 배우는 이제야 함께 웃고 있으리라. 두 사람은 사투 끝에 서로를 인정한 전사처럼 보였다.

 

 

쿠리가미아야노가 각자 느낀 Portrait의 극의

 

사랑스러움을 사진에 담는다

어쩐지 사랑스럽다. 그런 것이 몸에 깃들고 카메라에 들어왔을 때 그걸 찍을 수 있는지 없는지. 그저 단순히 멋지다는 것에는 흥미가 없어요. 보고 있다가 사랑스러워지는 순간을 포착할 것.” (쿠리가미)

 

세션에서 멀리 간다

사진을 촬영하다가 멀리 갈 수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혼자서는 결코 찾아갈 수 없는 순간이에요. 상대방이 맞서 와서 스파크를 일으키고 멀리 날아간다. 그렇게 하면 스튜디오에 있으면서 여행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쿠리가미)

 

카메라 앞에서 마네킹으로 있고 싶다

저는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감정을 묘사하지 않고 마네킹으로 있을 수 있을지 지금까지 줄곧 생각했습니다. 쿠리가미 씨는 겨우 몇 차례 셔터를 눌러서 그걸 완벽하게 표현해 주시죠. 그것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야노)

 

만지고 싶어지는 그런 작품집

스며든 잉크와 그 냄새까지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집으로 만들고 싶어서 종이만큼은 제안했습니다. 갖는 사람의 손에 닿는 것이니 부드러운 감촉으로 하고 싶었어요.” (아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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